지난 달 25일에 열린 제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눈여결 볼 점은 "슬리퍼 히트(Sleeper Hit)"의 성공입니다. '슬리퍼 히트'란 영화를 제작하거나 개봉할 당시에는 아무도 성공하리라 예상하지 않은 작품이 개봉 이후에 큰 성공을 거두는 이른바 예상치 못한 작품을 뜻하는 것입니다.
"주노"는 한국 영화인 "제니, 주노"와 비슷한 컨셉이라고 해서 표절했다고까지 제 주위 사람들이 말할 정도로 비슷한 영화입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주노"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총 4개 부분의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후보에 오른 "주노"의 각본을 쓴 디아블로 코디가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천만~수억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붇는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 현실에서 "주노"는 겨우 250만불에 이르는 저가의 제작비를 사용한 영화입니다. 헐리우드의 평균 제작비가 1억달러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는데 "주노"는 그 평균보다 1/40 밖에 안 되지만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1억 3천말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10대 소녀의 임신과 성장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비슷한 컨셉의 한국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엘렌 페이지는 겨우 스무 살이 된 배우지만 그녀가 스무 살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줘서 세계적으로 "천재배우"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못지 않게 영화 "윈스"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주노"보다 더 적은 예산(15만달러의 제작비)이 투입된 "윈스"는 전 세계적으로 1645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OST가 작년 3만 6천여장의 판매기록을 올리면서 외국음반 판매 1위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기록의 결과로 "윈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관련 글: [잡다한 이야기/일상의 끄적거림] -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 ONCE]
외국의 슬리퍼 히트인 "주노", "윈스"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슬리퍼 히트 영화들을 낯설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관객들의 요청으로 재상영을 한 "지구를 지켜라"까지 큰 흥행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영화들이 개봉 이후 흥행에 성공한 슬리퍼 히트의 대표작입니다.
영화관에 개봉되면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DVD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영화들도 이른바 슬리퍼 히트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흥행과 관련없이 영화의 주제가 대중적이지 못한 작품인데도 관객의 주목을 받은 작품들도 이른바 슬리퍼 히트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가 되어왔던 동성애를 다룬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도 금기시된 주제를 다뤘지만 큰 흥행을 거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보다 적은 제작 예산을 사용했지만 다른 작품들보다 그 이상의 꿈과 가치를 담아낸 "슬리퍼 히트", 올해는 어떤 슬리퍼 히트가 우리 뇌리에 남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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