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과 서른이라는 것은 많이 차이가 나는 거 같습니다. 어떤 외형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차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제 주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제 이십 대가 아닌 삼십대로서 나이를 물어볼 때 우스개 소리로 "계란 한판"이니 "베스킨 라빈스 31"이라는 말로 대변되어지는 서른...서른 하나...그 기분을 아직은 잘 못 느끼겠습니다. 아마 이십대에는 열정적으로 살았다면 삼십대에는 조금 차분하게 살아가는게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서른 살이 된 2006년에 테마 소설집 서른 살의 강을 읽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대표 작가들이 서른 살이라는 테마를 갖고 쓴 작품들을 모은 기획 소설집인데 이 작품집을 출간하기 위해서 작가들에게 이 테마로 작품 의뢰를 해서 창작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들이 이전에 썼던 작품들을 편집해서 모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갑갑하다고 느꼈습니다. 뭐랄까? 요새 작가들의 공통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 상념들이 너무 많고, 사실 사건과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 따로, 나(독자) 따로 도는 상황,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서른을 넘어 한 해가 더 지났지만 서른 살을 넘어오면서 어떤 특별한 느낌을 받아온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테마를 갖고 소설집을 편집한다는 것 자체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 중에는 서른 살의 고비, 서른 살의 느낌들을 이야기해서 그런 것이 있는가보다 생각했고, 그런 것들을 담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로 묶어지는 어떠한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다양한 모습이 유형별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작품 속의 생각, 상황, 사건(별로 있지도 않지만) 들은 굳이 서른이라는 테마를 잡지 않아도 어느 연령대라도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집중을 해서 읽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좀 남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단순히 말하면 낚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생활이 있고, 상념이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습니다. 서른 살의 강, 그런 것은 환상 속에서나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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