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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사랑 그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

혼자만의 잡담

by 곰탱이루인 2009. 11. 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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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어 홍대쪽에 나갔다가 배가 고파서 들어선 끼니를 간단히 때우고자 카페에 자리를 잡은 다음에 일행이 한번 죽 둘러보더니 말했는데 좀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시린 말이었습니다.

"역시 커플들 밖에 없네. 정말 우리 테이블만  빼놓고 다 커플이야."

나도 한번씩은 눈치챘을만한 광경이지만 그날 따라 그 곳에 자리한 테이블에 앉은 모든 커플들의 여성과 남성의 앉아있는 폼에 입고 있는 옷까지 비슷해 보였다. 물론 여성과 남성이 앉았다고 해서 커플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 눈엔 모두 커플로 보였네요.
Chris & Jessica Engagement - Falling
Chris & Jessica Engagement - Falling by Auzigo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냥 이성 친구랑 와서 얼굴 맞대고 앉아있긴 민망할 정도로 연인 분위기 나는 식당들은 밥을 먹으라는 건지, 밥먹는 척만 하라는 건지, 연애만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 곳이 많다. 비단 식당들 뿐만이 아니다. 극장이든, 카페든, 커플석은 장애인/노약자 우대석보다 더 많다. 극장엘 가나, 거리를 걸으나, 도서관을 가도 역시 커플들이 눈에 보이네요. (*아래 글은 문득 사랑, 혹은 남녀간의 연애에 관해 혼잣말한 거에요. 그러니 편하게 말을 놓았으니 이해해주세요)


이렇게 우리시대 우리들의 뜨거운 연애는 레스토랑, 극장, 도서관, 카페, 바, 모텔, 공원들이 적극 장려/보장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트 방식도, 내용도, 기간도 점점 비슷해진다. 커플들은 멜로 영화나 티비 속 주인공들을 보며 함께 손잡고 앉아 '대리연애'를 하고 신종카페나 이색식당들은 '매일 비슷한 데이트 코스 질리셨죠? 여기로 와보세요'하며 여자친구 어디 데려갈까 고민하는 남성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러다가도 친구들 사이에선 '이제 환승할 때 쯤 안됐냐'라는 매정한 농담마저 아무렇지 않게 오고간다.

어느 시점에 한국 사회에도 안 맞는 원나잇스탠드가 수입돼 오고, '환승론', '어장관리' 등의 용어가 나타나면서 우리 상상력도 함께 확대됐다. 그리곤 '괜찮지 않았던 것'이 괜찮아졌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상상 가능한 일이 됐다. 또한 현실은 우리의 상상력이 실현되는 모습을 무서우리라 만큼 적나라하게 신속히 보여주고 있다. 

No matter it is Valentine or not !
No matter it is Valentine or not ! by HAMED MASOUM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미수다에 출연한 어느 여대생의 발언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것처럼 이성을 고르는 눈도 비슷해졌다. 여성들은 보통 20대 초반에 외모/키/성격, 20대 중반에만 가도 벌써 외모/키/성격은 언제 봤냐는 듯이 돈/직장/집안/차/학벌에 매너, 성격은 알파다.(물론 모든 여성들이 그렇단 말은 아니다) 남성은 우스개 이야기로 어린아이나 청년이나 노년층이나 모두 이쁘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긴하다.

이렇게 우리에게 연애는 비슷한 패턴과 취향, 이상향의 모습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그 속에서 우리가 찾는 감정 또한 일시적이고 소모적이며 자기중심적인 형태로 바뀐 것 같다. 이 속에선 sex and the city 시즌 1 에피소드 1에서 새라가 말한 것처럼 우리 시대 "연애에 있어 자기보호가 지상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사랑이나 의도, 감정이 의심되고, 이를 확인하고 싶어하거나, 아니면 상대에게 줄 마음은 최소한으로 줄여버리면서 자기보호에 철저하게 된다.
Pensive 4.20.2006
Pensive 4.20.2006 by TheeEri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러면 연애를 안하면 될 것 아니냐?"라는 말을 하겠지만 초식남 건어물녀 같은 신종 인간형들처럼 살 수 없고, 아까도 말했듯이 정말 연애 안하고 살기 너무 힘든 세상이다. 여친/남친 없어 서러운 것도 진정 서러운 게 아니라 괜히 옆에서들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으니 서러운게 아니던가?

연애에 있어 정글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 시대에 연애를 즐기고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망은 말, 대화, 표현, 그리고 경청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린 상대의 진정성을 알 수 있고, 너무나 아리송하고 그 의미를 눈치채기 쉽지 않은 행동들의 의도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문득 "그래도 안 생겨요~"라는 농담아닌 농담이 생각나네요. 저도 연애라는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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