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고용을 보장하고 복리후생을 높이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다른 업종에 앞서 현실적인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기존 정규직과 직무 또는 직군이 나뉘어 있어 `반쪽짜리 정규직'이라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노사 합의를 이룬 곳은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등으로 모두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고, 복리후생도 정규직 수준으로 대폭 개선했다. 가장 선도적으로 나섰던 우리은행은 개인금융서비스와 고객만족(CS), 사무직군 등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들 직군에서 기존 정규직 직군(개인금융,기업금융,투자금융,경영지원 직군)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근무한 이후에야 전환자격이 부여된다.기존 정규직 직군 내에서 상대적으로 인사이동이 자유로운 것과는 대조된다.
기업은행은 우선적으로 올해 160명을 정규직으로, 540명을 무기계약으로 각각 전환하는 방식으로 700여명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외환은행 노사도 비정규직 1천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으며, 기계약자로 전환된 직원들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정규 직원으로 다시 선발될 수 있다.기존에 시행해오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고시'를 유지하는 셈이다.
산업은행 역시 131명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지만 기존 정규직과는 직무가 구분된다.각 은행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두고 `정규직화(化)'나 '고용보장', `무기계약' 등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같은 기존 정규직과의 미묘한 구분 때문이다.
금융산업노동조합 김재현 정책본부장은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고용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의 동참을 이끌어내는데 모범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존 정규직과 직무.인사체계가 별도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그나마 진일보된 모델로 평가받는 곳은 부산은행. 부산은행은 비정규직 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면서 기존 정규직 1~6급 외에 7급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동일한 직무.급여 체계를 적용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규모가 큰 대형 시중은행들이 부산은행 모델을 뒤따르기는 어렵다"며 "각 은행들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는 고용을 보장하고 복지를 개선한다는 엇비슷한 수준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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