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향에 계신 아버지와의 통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기에 벌써 15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서 평상시엔 보통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전화를 드립니다. 어쩌다가 학교 시험이나 바쁜 일을 하다보면 잊어버리고 전화를 드리지 않는 날도 있죠.
솔직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기에 제대로 대화라는 걸 하는 것은 일년에 2번 있는 명절날이나 휴가 때 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것이 전부랍니다. 그런데 어제 통화에서 느껴지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약간 외로워하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저와 남동생-다 큰 경상도 남자 3명이 나눌 대화의 주제가 그리 다양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온 가족이 모여서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하는 걸 별로 제 주위에서 본 적이 없네요. 대부분 부모님들이 이야기하면 자녀들은 듣거나 조금 의견을 말하는 정도가 되네요. 저희도 어릴 땐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걸 듣기만 하다가 이렇게 성장해서 오랜만에 모이면 예전과는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부모님도 저희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시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바쁘게 일을 하시고 저희들은 학교 다니고 공부하느라 같이 곁에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으니 이제서야 저희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지 못하신 걸 아쉬워하시는 거 같습니다. 전에는 주로 저나 동생들이 안부 전화를 드리는 편인데 요즘 들어서는 아버지가(어머니는 자주 저희랑 통화를 하십니다) 자주 전화를 하십니다. 으례 통화를 하다보면 이야기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전화를 하시는 걸 보니 아마 저희들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하시는 거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거나 주위의 다른 아버지들을 보면 항상 자녀들과 같이 지내는 건 어머니시더군요. 회사일로 항상 늦게 들어오거나 자녀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같이 있었던 시간이 별로 없구(오랜만에 대화할려니 대화거리가 부족한 점도 있구요) 자녀들 입장에서는 평소에 안 그러시던 아버지가 곁에 다가오는 것이 어색해서 조금 불편한 점도 있을 겁니다.
회사일로 늦게 들어오시더라도 자녀의 잠을 자는 모습이라도 봐야 하는 것도 부모인 아버지의 심정이고 자주 대화나 놀아주지 못해 아쉬운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일겁니다. 어느 아버지라도 사랑하는 자녀와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자녀들과 어머니를 해외에 보낸(기러지족) 아버지가 "자기는 이제껏 가정을 위해 일해서 이제 살만큼 되어서 가정을 바라볼려고 했는데 가족들은 해외에 있다. 보고 싶지만 자녀를 위해 일을 해서 교육비나 생활비를 보낼려고 예전보다 바쁘게 살아가고 보고싶은 가족과 떨어져 사는 자신이 불쌍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이 자녀를 위해 절약하고 일하는 본인의 모습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서 불쌍하다고 느끼시는 거 같습니다.
어쩌면 자녀와 가까이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서 머뭇거리는 아버지들이 많으신 거 같더군요. 세대 차이가 있으니 어떻게 자녀와 친하게 지내야 할지 모르시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여러분들이 살며시 곁에 다가가는 건 어떨까요? 저도 예전보다 자주 전화드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과 같은 날에만 찾아가는 것보다 자주 고향집에 내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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