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커플들이 모여드는 극장에서 로맨틱한 영화보다는 예고편만 보고서 남성적인 영화라고 한 눈에 딱 느껴지는 "쓰리데이즈"를 예매하고 관람하게 되었네요.
예고편만 보면 "쓰리 데이즈"는 얼핏 "테이큰"이나 "아저씨"와 비슷한 맥락의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스피디한 컷, 이건 뭐 말도 안 나오는 숨겨진 사기 스펙을 지닌 주인공, 날카롭고 선이 살아있으며 길지 않는 단타식 짧은 액션, 이 와중에도 한번씩 뻥뻥 터져주는 폭발, 모든 상황들이 테이큰이나 아저씨와 놀랍도록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탈출 or 도주극, 이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의 정신을 쏙 빼는 영화말입니다. 올해 들어서 빵빵 터져주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지 못한 나는 쌓여있는 감정도 좀 해소 하고자 "쓰리 데이즈"를 선택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러셀 크로우의 점점 갈수록 떨어지는 저 감도 , 기발한 소재의 영화를 이렇게 가정용 드라마로 전락 시키고야 마는 연출력 , 카메오에 어울리는 리암 니슨의 등장 , 완전한 바보 3박자를 갖춘 근래 보기드문 졸작이 바로 이 영화랍이다.
이럴땐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하나하는 고민까지 안겨주는 아주 고급스런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들어닥친 아내의 살인누명, 한가족이 붕괴되어 버리는 허무함 , 얼마나 드라마틱한 스릴러의 소재인가요 ? 마치 " 프리즌 브레이크 "와 같은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절박함과 정교함이 딱 들어 맞는 아주 훌륭한 영화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까 ?
하지만 첫장면부터 왠지 허무하다 싶어지더니만 리암 니슨의 카메오 출연으로 완전히 기대감이 두동강이 나더군요. 차라리 스릴러를 차용하지 말고 정통 드라마로 가족의 따뜻함으로 심금을 울리는게 훨 나은 연출이 아니였나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그러고 보면 미국 배우들도 허접한 시나리오에 동하는 것 보면 그들도 점점 돈에 굶주려 있나 봅니다. 이런 3류 영화에 출연하여 연기라고 해대는 것 보면 , 완전 러셀 크로우라는 배우에 대한 긍정도 제로입니다. 아내의 탈옥을 결심하고 그 준비에 임하는 자세까지는 스릴러 다운 면모였지만 그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왜이리 허접하고 눈에 확연히 들어 오는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지 알 수 없네요, 그런대도 불구하고 꿋꿋히 범죄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충실히 따라갈려는 감독의 의중이 궁금하네요.
액션이라고 해봐야 병원 탈출과 자동차 씬이 전부인 것 같은데 예고편에 보여지는 내용은 왜 그리 흥미진진한지 마치 낚시에 걸린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예고편은 너무 과하게 안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동도 없고 스릴도 없는 완전 초보적인 작품이라 평할 수 있는 졸작 중 하나를 크리스마스에 관람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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