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책-88만원 세대<20대의 현주소>

Book & Movie

by 곰탱이루인 2007. 8. 8. 12:35

본문

반응형
경제학자 우석훈과 전직 월간 '말' 기자 박권일이 함께 쓴 '88만원 세대'는 구조적인 취업난에 처한 20대의 암울한 현실과 세대간의 불균형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은 20대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비정규직에 처할 운명 앞에 있다는 어두운 전제를 깔고 있다.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이 119만원인 만큼 20대의 임금 분포 비율을 적용해 세전 88만원이라는 수치로 20대의 현실을 정의내린 것이다.

이 책은 현재의 20대가 사회적 수요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도 높지만 사회 진출이나 성공의 기회는 제약을 받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첫 주택의 구매 시점이 이전 세대보다 늦어졌고 과거 고도 성장기와는 달리 창업의 기회가 줄어든 것을 비롯해 기본적으로 사회 진출이 눈에 띄게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을 종전 8∼9%에서 4∼5%대로 떨어진 성장률에서 찾고 있지는 않다. 비슷한 성장률을 보이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회 진출 지체 현상이 급격히 악화된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우리 경제가 세계화의 물결속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승자 독식 시스템이 확산되고 20대가 뚫고 들어가야할 정상적인 경제 조직들에 먼저 들어간 전세대들이 갈수록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20대는 다단계 판매조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현재의 20대와 유신세대나 386세대간의 경쟁관계 및 형평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예를 들면 19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닌 세대는 F학점 투성이 성적표로도 웬만한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직장을 골라 취업, 현재는 대기업 과장이나 부장을 맡고 있고 유신 세대는 휴교령으로 제대로 등교하지도 않고 낭만을 즐겼으면서 현재는 억대 연봉의 국영기업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지금의 20대는 꼼짝 없이 어학연수 등 공부라는 틀에 묶여 사는 '불균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이 책은 평가한다.

이와 관련, 교육 개혁을 이룬 프랑스의 68세대와 달리 우리의 386세대는 연공서열의 마지막 세대로 사회에 진출하고 강력한 정치적 단결력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당선시키는 등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으면서도 학벌사회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사에 대한 일종의 배신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는 KTX의 20대 여승무원과 유신세대인 철도공사 이철 사장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관련, 개인적인 소신과는 상관없이 유신세대와 20대간에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이 책은 아버지에게 2천만원만 빌려달라는 기아차의 세라토 광고 등이 20대의 현실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는 재미난 분석도 곁들였다.

결국 "20대는 한국 자본주의의 IMF 10년 극복과정과 신자유주의가 결합되면서 돌출하게 된 피해자이자, 앞으로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노동자로서 가지게 될 비참한 모습을 먼저 경험하는 첫 세대"라며 "이들에게 '너희는 고생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틀린 말"이라는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이 책은 "지금의 20대를 위해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국민경제라는 이름으로 갖고 있는 공동의 재산중 일부를 지금의 20대를 위해 사용해도 좋다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현재의 상황을 '협력 게임'의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단절된 세대간 소통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내용중 "지금의 88만원 세대는 자신들이 있는 곳에 서있기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바리케이드가 필요하고 한 발이라도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짱돌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등 저자들의 과격한 진단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이 책은 20대의 편에 서서 세대간 형평성과 정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돋보인다.

추천사를 쓴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20대의 '생각 없음'을 질타해온 나에게 세대 문제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