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케리 후보는 지혜와 열린 자세를 겸비한 후보이기에 그에게 투표하는 것에 큰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이유까지 사설에서 밝혔습니다. 이 당시 <워싱턴포스트>뿐만 아니라 미국 내 40여개의 언론사가 케리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영국 등에서도 언론사가 버젓이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중립보도와 객관적인 보도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언론사가 자신들의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편파 보도나 주관적인 보도를 하겠다는 의도로 생각되어질 수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와는 반대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지 않는 국내 언론사들을 생각해 보면 국내 언론이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보도가 이루어지는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언론사가 특정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선언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막대한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것은 즉 같은 배를 탄다는 의미이기에 그 언론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특정 후보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 후보의 소속당(黨), 정책, 도덕성 등에 대한 세밀한 검증 후 언론사는 공식적으로 후보 지지를 선언하게 될 거 같습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 옆에 항상 지지하는 언론사의 이름이 함께 붙게 될 터인데 이를 쉽게 결정할리 만무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사들이 편파적으로 보도되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사는 ‘의견’이 아닌 ‘사실’ 자체여야 하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쓰여져야 하며 다만 사설이나 칼럼 등에서만 특정 후보에 대한 언론사의 입장이나 의견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힌 경우일수록 특정 후보에게 편향된 기사를 다루기가 힘들거라고 예상합니다.
독자들이 이미 특정 후보를 지지한 언론사의 입장을 알고 있으므로 예전과는 달리 더욱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사를 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국내 언론사들처럼 중립적 보도를 표방하면서 기사에 사주 혹은 광고주들의 입장이 표현되는 경우가 더욱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과 의견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지지 않으면 그것은 이미 언론으로서의 자세를 잃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책 선거보다 이미지 선거로 흘러가고 있는 요즘은 철저한 정책적 검증이나 후보에 대한 자세한 정보야말로 독자들에게 필요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 오히려 언론사들이 공개적으로 그 후보의 긍정적인 점만 강조하고 부정적인 점은 보도하지 않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이미 일부 국내 언론사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논조를 취하고 있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고 있는 상태이기에 이번 대선에서도 각 언론이 보도하는 기사에 대해서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정보를 판단하거나 습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국내 언론사들은 비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투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를 하지 않고 겉으로는 공정보도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특정후보에 유리한 기사를 작성해서 오히려 독자들은 어떤 기사가 객관적인 것인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론사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기사와 사설의 분명한 구분만 지어진다면 오히려 국민들은 더 많은 정보를 정확히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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