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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과연 필요한가?

혼자만의 잡담

by 곰탱이루인 2007. 10. 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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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것을 꼽으라면 분명 "예비군 훈련"이 베스트 3 안에 들어갈 것이다.  분명 부대 밖에서는 나름 쓸모 있는 사람들일텐데, 어찌된 일인지 군복만 입혀 놓으면 귀차니즘과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변모한다. 훈련 중에 하지 말라고 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여기저기 엎어져 자다가 현역 군인인 교관이 깨우면 성질을 내고, 뭘 시켜도 무기력하고 흐느적 거리면서 밥먹을 때나 집에 갈 때만 되면 동작이 날렵해진다. (물론 나도 이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지만)

이렇게 게으른 사람을 양산하는 데에는 예비군의 특수한 권력 관계에 원인이 있다. 예비군은 기본적으로 군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군대의 엄격한 계급 관계와 규율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계급 관계를 따진다 하더라도 대부분 병장 제대를 한 사람들이라 조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반 병사보다 상위 계급에 위치한다. 따라서 예비군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이란 고작 집에 돌려보내는 강제퇴소인데, 뒷말이 나올까봐 두려워서인지 강제퇴소조차 잘 시키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나마 예비군에게 말발이 먹히는 사람은 강제 퇴소 권한이 있는 부대 장교와 동대장 뿐이고, 대부분의 시간에 통제를 담당하는 일반 병사들은 간청하다시피 하며 겨우겨우 교육을 끌고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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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비군 훈련을 가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참 애매하기 짝이 없다. 물론 거시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군사 훈련과 안보교육을 일방적으로 시키는 예비군 훈련은 철폐해야 마땅할 대상이다. 각자의 생활 여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며칠씩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불러다가 매년 거의 같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각자의 경제 생활을(자영업자나 회사원이나) 잠시 멈추고 입소하는 이들이 많기에 그들이 하루벌이(자영업자는 거의 낮동안에 영업을 못하니)를 보충할 지원도 없는 것이 문제다. 작년까지는 중식비만 지원하다가 올해부터인가 조금 더 인상된 비용을(중식비에 얼마를 더한) 준다고 하더군요.

훈련을 받기 싫거나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것은 예비군 누구나 하는 행동이다. 다만 대부분의 이들은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귀찮기 때문이고 결정적으로 반드시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예비군들은 현역보다 기본적으로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던 동원사단에서는 일년에 한 차례 예비군들이 입소하는데 본인의 주특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역 포병(155mm 견인포 부대였음)들보다 더 빠르게 행동(간식내기로 포를 방열이나 위장망 치기 시합도 함)을 보이더군요.

예비군 훈련의 필요성을 따지기 전에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이들이 훈련에서 따분해 하거나 교육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만한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며(몇년째 같은 내용에 일부 내용만 바뀌는 것들) 실질적으로 예비군이 현재 우리나라 안보에 왜 필요한지를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입장을 표시해야 할 거 같다. 예비역뿐만 아니라 여성층에서는 전역 이후에 예비군 훈련을 간다고 하면 왜 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예비군 훈련에 따른 잡음이 많아져서 일부에서는 "동원훈련"을 회사로부터 해방된 짧은 휴가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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