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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

혼자만의 잡담

by 곰탱이루인 2007. 10. 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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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토의 크기로 볼 때는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인구 수로 볼 때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남북한이 합치면 약 7천만으로 15위에 해당한다. 언어를 중심으로 볼 때 한국은 더욱 크다.

한국어는 지구상에 쓰이고 있는 수천 가지 언어 중에서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벵골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에 이어 사용 인구 수로 열세 번째를 차지하는 언어이다. 이러한 한국어에 대해 우리는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지구상의 소수 언어가 자꾸 소멸해 간다는 보고가 있고 그래서 앞으로 몇 언어만 살아남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전망에 기대어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야 하고 심지어 우리의 후손들은 한국어 대신 영어를 모국어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언어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만은 아니며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겨 있는 것이다. 민족은 언어를 특징으로 한다. 고유 언어를 잃은 민족은 더 이상 민족이라 하기 어렵다. 예컨대 만주족은 만주어를 잃어버림으로써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우리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역경을 헤치고 민족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말과 글을 잘 보존하고 지켜 나감으로써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외국인과 외국어에 대한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세계사의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외국어와 외국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의 말과 글을 계승, 발전시키고 나아가 세계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문자들을 분류해 보면, 우선 표의 문자와 표음 문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표의 문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일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문자로서, 한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에 표음 문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갖지는 않고, 대신 일정한 소리를 나타내는 문자이다. 하나의 언어 체계 내에서, 의미를 갖는 단위(형태소나 단어)는 수만 내지 수십만 개나 되기 때문에, 표의 문자는 글자의 개수가 매우 많아지게 된다.

반면에 하나의 언어에서 서로 구분되는 소리는 수십 개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표음 문자는 수십 개만 있으면 하나의 언어를 무리 없이 나타낼 수 있다. 표의 문자도 나름대로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필요한 개념이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표의 문자는 이들 개념에 해당하는 문자를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문자 체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너무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

또한 글자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이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도 엄청나다. 문자의 발달 역사에서 처음에는 표의 문자로 출발했다가, 나중에 그것이 표음 문자로 발달하는 일이 많이 있다. 표의 문자에 비해 표음 문자가 더 진화된 문자 체계인 것이다.

표음 문자는 다시 음절 문자와 음소 문자로 구분할 수 있다. ‘간’이라는 음절은 자음 ‘ㄱ’과 모음 ‘ㅏ’와 자음 ‘ㄴ’의 세 음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절 문자는 하나의 글자가 ‘간’ 같은 음절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고, 음소 문자는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자음이나 모음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나의 언어 체계 내에서 음소의 수는 수십 개이지만, 음절의 수는 수백 내지 수천 개나 된다. 따라서 음절 문자는 음소 문자에 비해 글자의 수가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음절 문자보다는 음소 문자를 더 발달된 체계로 본다. 다만, 가능한 음절의 수가 많지 않은 언어에서는 음절 문자를 사용해도 큰 불편이 없을 수 있다. 일본어가 그러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분류 체계를 염두에 두고 한글을 보면, 한글은 가장 발달된 체계인 음소 문자에 속한다. 그런데 한글은 음소 문자들 가운데에서도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음이나 모음을 나타내는 각각의 글자들이 원자적(原子的)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내적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ㅋ’이나 ‘ㄲ’은 원자적인 하나의 낱글자라고만 볼 수 없고, ‘ㄱ’과 거기에 추가된 하나의 획, 그리고 두 개의 ‘ㄱ’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한글이 지닌 이러한 체계성을 중시하여, 한글을 단순히 음소 문자로 보지 않고 자질 문자(featural writing system)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서 거기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자질 문자는 인간이 만들어 낸 여러 문자 체계들 중에서도 가장 발달된 고도의 체계이다. 그리고 이 범주에 드는 문자는 아직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전의 글: [잡다한 이야기/일상의 끄적거림] - 여러분은 한글날을 얼마나 아십니까?

                              참고 [국어음운론 및 국어학개론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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