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와 머슴남’ 등의 문구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에 관한 문제입니다. ‘된장녀’ 라는 비교적 촌스러운(?) 이름을 통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이상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소위 ‘된장녀’ 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 그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인격을 모독하고 폄하하는 의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젠장’ 이란 의미가 ‘된장’ 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평소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이런 젠장!’ 을 ‘이런 된장!’ 등의 표현으로 순화시키는 것처럼, 단어의 뜻과는 달리 부르며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 ‘된장녀’ 로 비하되며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녀들이 내실이 아닌, 외적인 허영심을 추구한다는 편견이 담긴 지적에서 출발합니다. 식사만큼 비싼 "스**스" 커피를 마시고, 값비싼 수입 명품을 좋아하며, 뉴요커의 삶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차분히 내적 충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외형적인 것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비난이 비등합니다.
솔직히 그런 "된장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들입니다. 그들은 ‘된장녀’ 들이 우리의 것, 우리의 가치관을 폄하하며, 무조건적으로 외국의 문화를 추종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것을 존중하는 마음도 없고, 겉으로 드러나는 말초적인 것에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된장녀’ 들은 철학도 없고, 중심도 없이 부유하는 무뇌아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된장녀’ 는 어쩌면 국제화 혹은 세계화가 가져온 과도기의 상징적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방송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거의 선배들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자라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의 가치관보다 새롭게 접한 가치관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또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가운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일견 개인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룰과는 별도로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개인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한다고 주장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들의 주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가치관과 개인적인 기호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원하는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은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나름의 확고한 원칙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통해 외국과 자주 접할 기회가 있고,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해, 조직 내에서도 국제적인 감각을 발휘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의 개인적 취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시간을 보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향유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은 지금 편견에 의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분노하고 또 항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번잡한 곳을 피해 조용히 업무를 정리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스타벅S, 구입 후 오래 사용할 수 있고 품위도 느껴지는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절약하고 있으며,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 다른 것의 비용을 줄이는 알뜰함이라고 자신들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된장녀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두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쪽의 일방적인 논리가 담긴 공격과 이를 방어하는 논리의 대결이 벌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의 주장이 맞는다고 표현하기도 힘든 내용들입니다. 단지 개인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 살며시 한 쪽의 편을 들거나, 이 소모적인 논쟁을 외면할 따름입니다. 어쩌면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그리 이해되지 않는 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된장녀’라 부르며 한 쪽을 공박하는 측면도, 늘 그들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그렇게 불리면서 방어를 해야하는 측도, 명확한 입장표명이 어려울 겁니다. 그녀들 가운데 일부는 분명 눈에 두드러지는 행동과 생각을 표명하며 부정적인 측면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성형중독, 명품중독, 내면이 아닌 자산의 다소로 사람을 평가하는 등의 개탄스런 뒷말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난하는 쪽과 비난받는 쪽 역시,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양보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번 논쟁의 접근이 일방적인 자신들의 기준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비론이 아니라 이해부족을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외부로 보이는 부분을 하나로 정의내리고 비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과, 무조건적인 반발로 끝없는 논쟁을 이어가는 것 모두 그렇습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