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객]을 보고나서 제 개인적인 느낌이니깐 너무 폄하는 말아주세요. 어느 영화이든지 간에 좋아하는 분과 싫어하는 분들이 있듯이 저 나름대로 원작을 보고나서 영화를 본 것이기에 제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서 쓴 글입니다.
<비트>와 <타짜>, 허영만의 만화를 영화화한 두 작품들이 어느 정도 만족감은 줬기 때문일까? 쉬이 판단은 되지 않지만 어쨌거나 나름대로 <식객>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국내 최초의 본격 음식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공중파 방송국마다 한 프로그램 이상씩은 맛집 프로그램이 편성될만큼 맛집에 관한 집착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제서야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하는 기대감에 <미스터 초밥왕>의 클리셰를 어떻게 쳐부실 것인가하는 기대감이 믹스됐달까? 거기에 이제 한국영화는 티켓값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기본적인 수준은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거 캐릭터, 대사와 내러티브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캐릭터가 방향을 잃고 좌충우돌하니 그 캐릭터가 내뱉는 대사 역시 제대로일리 없다. 감초 역할을 해야 할 조연 연기 모두 벽을 보듯 하는 것처럼 어색해 보는 내내 마치 아는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민망했으며, 그들이 내뱉는 대사 역시 닭살돋을만큼 만화적이고 (요즘 만화도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다) 유치하다. 황복을 잘못 요리해 미식가들을 엿먹여 운암정에서 쫓겨난 주인공 성찬이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봉주의 주문에 대응하는 대사는 압권. 밑도 끝도 없이 " 내가 누군지 보여줄거야, 내가 최고인 걸 확인시켜줄거야"라니... 요리를 하면서 한번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누차 말했던 그가 이렇게 쉽게 변한다. 이런 극적 비약을 납득할만큼 성찬의 요리에 대한 애정이 이전에 특별히 제시된 것도 아니다. 그저 뛰어난 요리사라는 것 밖에는.
디워 논란의 중심에서 데우스막스아키나를(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외쳤던 진중권의 모습이 잠시 떠오른다. 진중권은 이 영화를 두고 뭐라 말할까? 디워는 아동용 판타지라는 방패막이라도 있었지, 식객은 가족영화라는 허울로 방어할 것인가? 우연에 이은 우연, 또 그에 따르는 우연으로 내러티브는 성긴 실타래 마냥 (미)완성된다. 무엇보다 마지막 요리 대결에서 성찬이 주최측에서 요구한 요리를 재현하는 모습은 정말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우연적이고 충동적이다. 하긴 처음부터 시종일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니 결말부의 이런 전개는 눈감아줄 만 하다. 빌어먹을 면역이 된 것이다. 거기에 요리솜씨를 겨뤄 대령숙수 칼의 주인을 가린다는 설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그 "소고기탕"의 재현에만 집중이 된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할 것이지, 왜? 게다가 이 시점에서 영화 <한반도>가 오버랩된다. (이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용 언급은 삼가겠다.) 그리고 왜 아끼던 소는 왜 죽인거야? 그것도 1회용으로...
마지막 결말부분은 화룡점정이다. 요리대결에서 그 "소고기탕"을 재현하지 못한 봉주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폐허가 된 음식점의 간판을 붙잡고 걸인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아, 이 무슨. 붕어빵 가게라도 하루만에는 그렇게 폭삭 망하지 않을 것을. 만화가 원작이라는 방패를 붙잡고 있기에는 병사의 몰골이 너무도 초라하다. 이런 만화적 과장이 불쾌하게 여겨질만큼 영화는 과장과 비약 그리고 유치함으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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