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지역(자세히 말하면 터키)에서 시작되어 국제적인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가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창설입니다. 쿠르드족은 선사시대부터 이란-러시아 국경 부근 아라라트 산 북서쪽에서 티그리스 강 지류인 디알라 강 유역, 그리고 현재는 이라크,이란,터키,시리아와 옛 소련 국경을 접하는 '쿠르디스탄'이라 불리는 험난한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비운의 민족으로 주변국들의 정치, 사회적 이유에서 이스라엘 유태인이나 팔레스타인 아랍인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인구 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독립 국가 창설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쿠르드족은 아라비아인의 지배를 받다가 11세기에 일시 독립국가를 건설하기도 했으나 이후 오스만 투르크 등의 지배를 받아왔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연합국이 쿠르드족 독립국가 ‘쿠르디스탄’ 건설을 승인하는 조약을 체결했지만, 터키의 반발로 무산되었습니다. 현재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 무장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쿠르드 족이란? 독립 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세계 곳곳을 떠도는 민족으로 ‘중동의 집시’로 불린다. 약 4000년 전부터 캅카스 산맥 일대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 2200만명이 터키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 이란, 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종교는 이슬람 수니파이며 인종은 이란계 백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15일 터키 정부는 이라크 북부에서 독립국가 건설을 꿈꿔온 쿠르드노동자당(PKK) 게릴라 소탕 작전에 대한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제밀 치체크 터키 부총리는 이날 각료회의 직후 “병력 파견 동의안을 의회에 회부했다”면서 “군사 행동에 의존하지 않길 바라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은 테러가 상존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터키 정부가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추진하는 것은 여러가지 국내외 상황 때문입니다. 최근 이라크 접경지에서 PKK 습격으로 자국 병사 13명이 숨지는 등 테러가 끊이질 않으면서 쿠르드족을 소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진 상태에서 이라크 안정화 작업을 벌이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군사 행동을 미루는 동안 정적인 군부와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정부 내에 위기감도 고조된 것이 터키 정부가 처한 현실입니다.
더욱이 미 하원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오스만 투르크 제국)가 아르메니아인을 살해한 것을 ‘대량학살’로 규정한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터키 정부는 안팎에서 벼랑 끝에 내몰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의회가 군사작전을 승인하면 터키군은 향후 1년 동안 이라크 국경을 넘어 군사행동을 벌일 수 있어 사실상 쿠르드족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됩니다. 이는 이라크 북부뿐 아니라 중동과 유럽에 퍼져 있는 다른 쿠르드족의 무력 봉기까지 촉발해 중동지역 전체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라크는 즉각 터키 정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지만 솔직히 현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PKK는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하며 터키 정부도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터키 정부와 긴급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터키에 군사작전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터키 의회가 군사작전을 승인하더라도(뉴스를 검색하니 의회가 군사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네요) 터키군이 즉각 대규모 군사작전에 들어갈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최근 “의회 승인은 필요할 때 빨리 군사행동을 벌이기 위한 것일 뿐, 당장 소탕작전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터키 정부가 국내 여론의 압박을 피하면서 미 하원 학살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군사작전 카드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 하원 본회의에서 학살 결의안이 통과되면 터키군이 쿠르드족 침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터키는 1980년대 말부터 20여차례 쿠르드족 반군 소탕을 위해 이라크 국경을 넘었는데 1997년에는 병력 수만명이 이라크 북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쳐서 많은 쿠르드족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자치정부를 꾸릴 수 있을 정도로 거주지역이 있고 인구가 이천이백만명에 해당하는 종족이라면 독립정부를 만들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보다 더 적은 인구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하거나 자치정부로 출범되었듯이 비록 4개 국가의 접경지역에 있다는 지리적인 단점이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쿠르드족의 독립 의지를 받아들여서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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