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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미실의 몰락이 보인다

혼자만의 잡담

by 곰탱이루인 2009. 10. 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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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요즘 그 끝을 향해 달리는 거 같네요. 미실을 보며 항상 떠오르는 게 있는데, 바로 '칼로써 흥한 자 칼로써 망한다'라는 말입니다. 최근 미실의 행보는 그 '꿈'이라는 걸 이루기 위해 전에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그녀의 종말이 다가오는 거 같더군요.

본인이 화려하게 왕이 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서 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전에 보던 모습과 달라서 몰입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즉, 미실편에 비해서 너무나 허술한 덕만공주네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해야되나요?어제 방송편을 보면 정변을 일으킨 미실의 액션씬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좀 아쉬웠던 건 이 액션씬 자체는 괜찮은데 이어질 때마다 어쩐지 분위기가 좀 툭툭 끊기는 게 느껴져 약 1시간동안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덕만네 멤버들이 썩 영민하지 못 하다는 것도있었고요. 어차피 좁은 궁 안에서 벌어질 이야기 자체는 문장 하나로 표현할 수 있을만큼 심플하지만, 그걸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좀 더 치열하고 막상막하로 결전을 벌이며 긴장감이 연속적으로 유지됐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액션 자체는 취향이라 얘만 떼어놓고 보면 만세였지만,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역시 아쉽습니다.


"꿈"이라는 대의 아래에서 정당성을 상실하는 미실
누군가를 다스리는 지도자, 특히 그 대상이 '국가'라는 큰 집단이 될 때는, 여러가지로 지키고 갖춰야 할 덕목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왕이 되어 혼자 이 일 저 일 다 처리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왕이란 존재 자체는 국가를 구성하는 백성들을 올바르게 다스리고 그 국가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신하'들을 제대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하죠. 즉, 본인의 능력 자체도 어느 정도 있어야겠지만 그 능력이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지도자의 자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능력도 있고 지도자로서의 그것도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요.
미실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매우 뛰어난 여자입니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줄도 알고, 사람들을 잘 이용할 줄도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도 뛰어나죠. 그러나 '성골'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항상 뒤에서 권력을 행사해야 했고, 스스로 그 한계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본인의 현실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황후'라는 자리에서 오랜 세월 미련을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황후'라는 건 미실에게는 결여된 부분에 대한 갈구이자, 유일한 목표였던 셈이죠

참고로 본인도 자각을 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뒤에서 왕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는데도 멀쩡하게 그 권력을 유지하며 여러 사람들의 지지까지 얻어낼 수 있었던 건, 미실이 본인이 서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의 움직임을 취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정당성'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어둠의 짓들도 많이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킬 건 지키며 나름의 '품위'를 유지했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었던 거고요.
그러나 이번 일로, 그녀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거침없이 잘라내며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결말이야 뻔히 알고 있기에 스포니 뭐니 할 것도 없을 정로, 그녀의 몰락은 예상도를 그려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애당초 왕이 되겠다는 이유 자체가, 그것이 자신의 꿈이라는 이유였다는 것. 아직 예고편에만 나온 내용이지만 내가 신국을 이끌어왔다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다는 것. 여기서, 미실이라는 인물은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훌륭한 '왕'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덕만공주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미실은 애민정신을 가지고 왕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를 어떠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목표도 없이 들입다 왕이 되겠다는 개인적인 꿈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저 분은 절대로 왕이 되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이미,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한 사람의 신뢰를 잃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건 시작이겠죠. 정당성을 잃은 지도자는, 분명 어떤 형태로든 반감을 사게 될 것이고 그 진실성에 의구심도 사게 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차곡차곡 쌓았던 것들도 모두 무너지는 순서가 될 겁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미실을 몰락이라는 길로 몰아내게 되겠지요. 지금 보험 하나를 들어둔 모양이라 또 무슨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 자체의 인생은 처참하게 지기 직전을 보는 듯 해 위태롭기만 합니다. 예를 들어 로마에서 서기 69년에 칼로 왕이 되어 칼로 목숨을 빼앗기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한 해에 무려 황제가 넷이 교체되는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 중 마지막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는 어지러운 국외와 국내를 잘 수습하며 안정적인 정치를 펼친 덕에 더 이상의 유혈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다고 하죠. 이처럼 어지간히 훌륭한 정치를 하지 않는 한, 칼로 이룬 정치는 평탄하게 흘러가기 힘들다는 것이 명약관화일 겁니다. 그러나 미실의 현재상태로 보아, 국가를 안정시킬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 존재감이 미비했던 덕만은, 미실과 상반되는 자격들을 배경에 깔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미실의 칼날에서 일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몸이 바빠지더라도, 자신이 왜 왕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거라도 없다면, 저는 덕만을 계속 바른 눈으로 바라봐주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실제 선덕여왕이 어땠든간에, 덕만이 지금까지 키워오고 문노 앞에서 왕으로 인정받아야 할 이유를 생각했던 과거가 있는만큼 그에 대한 결과물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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