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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상상력을 느끼게 하는 영화 업(UP)-2009

Book & Movie

by 곰탱이루인 2009. 8. 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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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평소에 영화관에 찾아가서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업(UP)이 개봉하면 꼭 볼려는 사람이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영화관에서 본 작품이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영화 개봉 전부터 기대하는 분들이 많던데 매번 영화 선택에 성공하지 않는 나로써는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까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업>은 이번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칸이라는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적어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카데미에서 그리고 베를린에서 상을 탄 것보다 더 쇼킹한 그런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업>이 칸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위대한 애니메이션과 위대한 영화는 동급이라는 우리의 신념에 대한 무한한 지지다." - 존 라세터(토이스토리 감독, 픽사의 수장)
저마다 숫자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10이라는 숫자는 현대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00일, 1주년, 10주년, 100주년 등 이런 순서로 특정한 무엇을 기념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이 작품 "업(UP)"은 픽사의 10번째 작품인데 10번째 작품을 맞이하면서 픽사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지향할지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알다시피 픽사는 늘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스토리 구성과 기대치 이상의 화면구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번에도 기대치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 낸 거 같다.

사람은 얼굴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이나 행동을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이 사람의 얼굴은 왠지 험악해서 성격도 나쁘다고 추측하거나, 온화한 얼굴을 지닌 사람은 성격도 인자할 거 같다고 미리 추측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인간인 거 같다. 작품에 등장하는 칼 할아버지의 어릴 적 얼굴은 러셀만큼이나 둥글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엘리가 그의 곁을 떠난 후 그의 얼굴은 각지고 네모난 이런 얼굴로 변해버렸다. 단지 얼굴 생김새만 변한 것이 아니라 성격도 완전히 달라졌다. (모두에게 그러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엘리의 말을 듣고 사소한 것까지 모두 기억하고 배려해주던 그는 사건 이후 다른 사람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얼굴에 적혀있는 듯한 고집으로 그 만의 그 네모난 세상 속에 살고 있던 그였다. 그가 일부러 그렇게 변한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그를 그렇게 변하게 내버려 둔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한건 그는 타인과 소통할 의지가 없었으며, 자기만의 그리고 엘리와의 공간 속에서 살고 있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움켜쥔 채로.

그래서 그는 몇몇 결정적인 상황에서 고민하기는 하지만 끝까지 집을 포기하지 못한다. 말이 집이지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짐에 가까운 그 무겁고 거대한 미련과 집착을 끌고 다니지만 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부여잡고 놓질 못한다. 그리고는 그는 꿈(?)을 이룬다.

스토리의 반전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좀 심심한 면이 있고, 이야기의 전환점이자 바람직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전개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새로운 도전! 새롭다는 말이 주는 신선함과 어감이 좋긴하지만, 그만큼 힘든 것도 없다. 가지고 있는 것, 익숙한 것들을 버리거나 포기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새로운 무엇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상급반으로 진학하기 위해 뱃지에 집착을 보이던 러셀과 엘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꿈에 집착하던 칼이 서로의 집착을 내려놓으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고 그런만큼 욕심의 상대적 크기가 적을 수 밖에 없었던 순수한 러셀은 조금 쉽게 그리고 일생의 소원이었던만큼 오랫동안 바라고 집착하고 있었기에 포기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해가 가는 칼은 너무나 어렵게 그렇게 자기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에게서 전부였던 것들을 포기하며 더 값진 무언가를 얻었다. 러셀은 무늬만 번듯한 뱃지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값진 경험을 얻었고, 칼은 과거 속에 닫혀있는 그런 사랑이 아닌 현재에도 살아있는 그런 사랑을 얻었다. 우리가 꼭 그들처럼 가지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며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번 정도는 의미를 곱씹어볼만 하지 않은가?

영화 초반 칼과 엘리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부터 혼자 남겨지게 되는 칼의 이야기, 그리고 엘리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칼의 새로운 도전 이야기. 그리고 중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다시 하늘로 날아오는 칼과 그의 집. 모든 것이 감동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꾹 참고 있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늘 그렇듯이 가만히 앉아서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울지 않았음을 아니 울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말았다. 다음에 다시 볼때 이런 감정을 똑같이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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