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Book & Movie

by 곰탱이루인 2009. 8. 17. 15:24

본문

반응형
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랑은 기술인가? 사랑이 기술이라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 아니면 사랑은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즉 행운만 있으면 ‘빠져들게’되는 즐거운 감정인가?” 프롬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은 기술이 아니다’ 라고 대답할 거라 생각합니다.

사랑은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인데, 사랑에 대해 왜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냐는 의문을 지닐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무수한 사람들이 사랑에 실패하고 아파하지만, 사랑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삶이 하나의 기술이듯이 어쩌면 사랑도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지식과 노력이 요구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사실 지식을 습득하고 배워야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대해 막연히 ‘그건 원래부터 할 수 있다’, ‘그건 굳이 배울 필요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착각도 그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놀러 가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로 인해서 놀러 가는 일인 여행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거의 없습니다. 태국이면 태국, 일본이면 일본, 국내면 국내, 여행 장소만 정해서 떠나면 여행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을 통해 사랑이 고난도 기술임을 밝혔듯이, <여행의 기술>을 통해 여행이야말로 지식을 습득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임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여행을 단순한 놀이 정도로 생각한 내 여행 경험을 통해, 여행의 진정한 기술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사실 여행의 현실은 기대와 다릅니다. 이것이 여행을 출발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며 여행 도중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돌발 사고가 있을 수도 있고, 길을 헤매다 하루를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여행의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들이며 그로 인해서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일들을 겪고 난 후 ‘이번 여행을 최악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복권 당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우린 항상 출발 전에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여행 전, 여행지에서 벌어질 끔찍한 일들을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행 전 기대가 주는 낭만은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일지 모르니 말입니다. 누가 말했듯이 여행의 가장 즐거운 시기는 떠나기 전에 준비할 때라고.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술작품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우린 그 아름다움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시간에 쫓겨 주마간산식 여행을 하거나, 중요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사라진다면, 그로 인해서 아름다운 예술과 풍경을 마음에 제대로 담아두기 힘들고, 여행의 즐거움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맙니다. 사실 해외여행이나 국내 여행을 다녀온 분들의 사진을 보면 같은 장소, 같은 건물을 배경으로 담은 사진들이 많더라구요.

제가 가고픈 스위스의 "생 모리츠"

멋진 풍경과 예술 작품을 추억으로 남기고자 카메라에 담기 전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세요.사진이라는 것에 남기는 추억보다는 때로는 가슴 속에 남긴 추억이 더 오래, 더 큰 감동이 되지 않을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여행지를 정하고 출발에서 여행지 감상까지, 여행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행지를 정하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기술이 있을 수도 있고. 외국에선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 숙소는 어디가 좋은지 알아내는 그런 경험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받아들이는 내면의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해외를 가더라도 그 곳에 서 소중한 시간을 내 삶의 자양분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비로소 여행은 삶의 커다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서점의 여행관련 책이 있는 곳에 가면, 수 많은 여행 서적이 있다. 대부분이 어느 곳에서 어디를 꼭 들러야 되며, 어느 음식점이 맛있다거나 어느 교통편을 통해서 이용하라는 외적인 기술에 관한 책이 많습니다. 여행의 내적인 기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 존재 자체만으로 빛나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