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인사를 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너 신입생이지? 사진 동호회에 들어 온 기념으로 한번 찍어주지."
곧이어 찰칵~하는 경쾌한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선배, 이 사진들 너무해요. 이게 내가 맞아요?이 사진은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잖아요" 그녀는 선배가 자신을 골탕 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깜짝 놀라 일그러진 얼굴, 공포 영화에나 나오는 소녀를 닮은 모습, 하품하느라 목젖이 보일만큼 입을 벌린 모습 등 그가 찍은 자신의 사진은 모두 최악의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히죽거리면서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이게 진짜 살아있는 사진이지"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돼. 이 선배는 날 싫어하나봐. 앞으론 절대 찍히지 말아야지'
그녀는 수백 년이 지난 후에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 고고학자들이 '이 여자 좀 봐'하면서 낄낄거리고 웃는 장면을 상상했다.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아니, 고의적으로 그녀는 그 선배의 블로그를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게시판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게시판에는 온통 그녀의 사진만 있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끊임없이 그녀를 찍고 있었던 것이었다. 블로그의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그녀는 화가 솟구쳐 올라 노트북의 터치패드를 힘껏 두드려댔다.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그녀의 사진은 모두 괴팍한 취향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자신의 사진을 보다가 점점 미간의 주름을거두고 마음껏 웃게 되었다. 자신의 사진을 자기가 봐도 웃겼던 것이다. 그녀는 선배가 자신을 골려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는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마지막 페이지를 클릭했을 때 거기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너가 여기까지 왔다면 대답해줘......
매일 나하고 커피 마실래?"
.................................이런 사랑고백.......로맨스를 하고 싶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