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성들과 국제결혼을 통해 출생한 자녀를 지칭하기 위하여 한국인을 뜻하는 ‘코리안’과 아시아 사람을 뜻하는 ‘아시안’을 결합한 ‘코시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단어는 아시아 여성에 한해 사용되어진다는 의견으로 인해서 일부에서는 ‘세계인’의 의미를 가진 조어로 ‘온누리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코리안’, 즉 한국인 또는 한민족이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리는 데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한국인"이지 ‘혼혈인’의 개념으로 분류해서 "코시안"으로 부르는 것을 싫어하더군요. 사실 혼혈인은 순혈주의적 민족 관념을 토대로 만들어진 단어이므로 한민족과 이민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제3의 범주’로 설정하여 한민족에서 배제하기 위한 장치로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한민족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한국 국민, 결혼이민자의 자녀, 재외국민,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한민족의 후예, 국외 입양인, 북한동포 등을 포괄합니다. 그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민족’의 유효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민족이라는 개념에서 외국 출신 결혼이민자와 외국인노동자 및 화교 등 수많은 한국사회의 민족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글로벌 시대에 하나의 민족을 따지는 개념은 조심스럽게 수정되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먼나라에서나 벌어질 듯한 인종분쟁은 몇 년후에 우리들 곁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10~20년만 지나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투표권을 얻습니다. 근데 과연 우리나라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공익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코시안"으로 불리는 이들도 "코리안"이며 군복무와 세금을 낸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공익광고에서조차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피부색이 아시아인처럼 황인종에 가까운 분들은 군복무가 가능하지만 백인, 흑인의 피를 이어받아 얼굴빛이 한눈에 구별이 되는 분들은 군복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즉, 국가에서조차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국민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차별을 하는 것이죠.
사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때가 바로 학교에 진학해서 친구들과 다른 피부색으로 인해서 놀림감이 될 때라고 하더군요. 마치 우리들이 미국으로 이민가서 백인이나 흑인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이민 초기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들은 단지 피부색만 다를 뿐이지 우리와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드라마를 보며 웃거나 우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사실 국민과 민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기사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과의 혼혈인으로 알려진 미국의 프로풋볼 선수 하인스 워드는 미국인입니다. 그가 한국에 와서 자신이 ‘코리안’(Korean)이라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을 때,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은 코리안을 ‘한민족’(민족)이 아니라 ‘한국인’(국민)으로 오역하여 보도했습니다. 사실 그는 엄연히 ‘한국계 미국인’, 즉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미국 국민인데도 말입니다.
한국에서 국민과 민족은 단지 법률적으로만 명백히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국민의 자격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정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적법’에서 국민은 한국인의 자녀로 태어나거나 입양 또는 귀화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라고 규정되고 있습니다. 한편 동포(同胞)·겨레 등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민족은 ‘재외동포재단법’에서 국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광의로 정의하고,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한국 방문자를 대상으로 협의로 정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민족은 부계든 모계든 한민족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면 그 성원 자격을 가지는 원초적 성격의 사회적 지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률의 정의에 따르면, 한국인과 한민족은 완전히 별개의 집단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인과 결혼하여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여성은 ‘한국인’이지만 ‘이민족’이고, 하인스 워드는 ‘외국인’이지만 ‘한민족’이며, 결혼이민자의 미성년 자녀는 국적법에 의하여 이중국적이 부여되기 때문에 모두가 ‘한국인’이면서 ‘한민족’인 것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변화의 시대가 열릴 거라 좋아하기만 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미국이 해온 인종차별철폐를 이제 시작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내 이주한 여성이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문화교실이나 언어교실을 열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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