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 영화제 첫날의 눈치 없는 손님

어제 개막된 부산 국제영화제는 이른바 영화인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동안은 어느 누구도 영화인이 아니고서는 주인공의 자리에 설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산 국제영화제에는 "OO의 밤"이라는 제목을 단 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이는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와 영화계인을 위한 환대와 친목도모의 자리입니다.
　
아시다시피 개막식 직후 4일 밤에는 "미션", "시네마 천국"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핸드프린팅을 포함해 영화 관계자들의 스탠딩 파티가 열릴 계획이었습니다. 이번 부산 국제영화제의 첫번째 "밤" 행사라는 의미도 있었기에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엔니오 모리코네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핸드프린팅의 장소에 나타나지 못 하자 이명박 후보를 포함한 여러 대선후보자들이 이 곳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명박 후보를 포함한 대선후보자도 초대를 받은 자리에 참석한 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참석함으로 인해서 그 자리의 의도가 다른 방향으로 바뀐 것이라면 그 참석은 한것보다는 안 한 것이 더 나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참석과 함께 이 행사는 당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고 합니다. 원래는 영화제 주최 측과 국내외 게스트, 취재진이 삼삼오오 모여 개막식의 여담을 나누는 파티의 자리가 되어야 할 터였지만 이 후보의 참석으로 인해 온통 관심은 이 후보에게로 쏠렸습니다.

이 후보와 기념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나누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이 자리의 주인이 되어야 할 영화인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비롯한 문화 예술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로 참석하는 것은 이명박 후보를 비롯한 각 후보측에서는 자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의 첫날밤은 이런 정치계 인사들로 인해서 진정한 영화인을 위한 밤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지닌" 몇몇 사람들을 위한 밤이 되었습니다.

<다음 글을 이전에 쓴 부산 국제영화제에 관한 글입니다>
[잡다한 이야기/책, 영화 이야기] - 미리 알고 가는 부산국제영화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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