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도무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다. 이젠 참을 수 없는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평소 언론입네 하며, 정부의 취재선진화 지원을 언론탄압입네 하며 마치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도 되는 양, 입에 발린 소리들을 지껄이던 조선, 중앙, 동아, 문화의 보도행태는 이것들이 신문이 맞는가, 언론이 맞는가, 길거리 뒷골목에서 코흘리개들 상대로 푼돈 뜯어내던 도색잡지나 찌라시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우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사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달라지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 바로 대선이다.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겨우 석달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탈레반 인질 소식에 우르르 몰려 들더니, 이제는 신정아 스캔들에 모두들 넋을 빼 놓고 있다.
아니다. 넋을 빼 놓고 있다는 피동적인 표현 보다는 국민들의 넋을 그 쪽으로 돌리고 있다는 능동적인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확고부동하게 과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각종 의혹 폭탄을 내재하고 있는 이명박에게 국민의 관심이 몰리기라도 할까봐 의도적으로 대선에 대한 기사보다 이렇듯 선정적이고 의혹만을 양산하는 일개 스캔들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리라.
백번 양보해 보자. 대선이 아니라고 해 보자.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신문은, 언론은 팩트를 중심으로 국민이 알아야만 하는 사실관계를 엮어내야 한다.
신정아와 변양균이 서로를 그려줬다는 그림 이야기, 차마 밝히지(?) 메일 이야기, 이제는 출처도 알 수 없는 신정아 누드까지. 이것이 진정 국민들이 알아야만 하는 사실 또는 그 사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늘 문화일보의 1면에 "문화계 인사 집에서 신정아 누드 사진 발견"이라는 큼지막한 헤드라인과 3면에 그녀의 모자이크 처리된 누드 사진이 실렸다.
대관절 문화일보는 이 사진들을 어디서 어떻게 입수한 것일까. 문화계 인사의 집에서 발견하다니. 누가 누구의 집에서 사진들을 발견했다는 것인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한 입수했다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고 보관하던 이가 스스로 갖다 바칠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문화일보는 누구의 집에 불법 침입해서 이 사진들을 도둑질 해 나온 것일까.
이 사진들이 신정아의 집이 아닌 제 3자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 맞긴 맞는가. 맞다면 문화일보는 그 입수경로를 밝히고 자신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님을 밝혀야 한다.
설혹 이 사진들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입수된 제 3자, 즉 문화계 인사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라 치자. 이것이 그녀의 단순 연애행각(사생활)이 아닌 불법행위의 증거라는 '증거'는 또 어디 있는가. 아직 정식 기소조차 되지 않은 그녀의 누드사진을 공개할 권리가 문화일보에 있기는 한건가. 그 누드 사진이 국민들이 알아야 할 어떤 진실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이런 기사 같지도 않은 기사를 조선, 중앙, 동아는 거의 베끼다시피 자신들의 신문에 옮겨 담았다. 사진까지 실은 것으로 보아 자기들끼리 공유키로 합의가 된 모양이다. 무엇때문에 문화일보는 석간인 자신들의 오프라인 신문이 채 깔리기도 전에 조선, 중앙, 동아에 사진과 기사를 넘긴 것일까. 또 무엇 때문에 조중동은 '사실확인'없이 이것을 그대로 옮긴 것일까. 아마도 일치하는 '이해관계'가 있었으리라.
아무리 공유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사실확인도 없이 남의 신문 사진과 기사를 베끼는 것이 너희들 언론이 할 짓이더냐. 그 유명한 포르노 잡지, 허슬러와 플레이보이도 너희 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허슬러와 플레이보이는 '잡지(雜紙)'라고 호칭할 수 있겠지만, 너희는 신문도 잡지도 아닌 그냥 찌라시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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