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에서 ‘행복한 웃음 전도사’로 변신한 정덕희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51). 그녀는 특유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솔직한 강의로 스타덤에 올랐다.그녀의 ‘행복 강의’를 듣기 위해 방송, 정부 기관, 대학, 기업 등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지금까지 기업체 강의만 1천 번이 넘게 했을 정도이다.
방송통신대 졸업,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석사), 경인여대 교수. 정씨의 화려한 이력은 모든 여성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시사저널>이 정씨의 학력과 경력을 조사해본 결과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정씨의 최종학력은 예산여고 졸업. 학력에 기재된 방송통신대는 다닌 적이 없었다.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 졸업도 사실이 아니었다.학위가 없는 연구 과정을 수료한 것이 전부였다.경인여대 교수를 지낸 적도 없다.경인여대 측에 확인해보니 시간강사로 잠깐 강의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씨는 그동안 가짜 학위와 경력으로 자신을 포장해왔다.언론사, 인터넷 포털 사이트, 저서, 개인 홈페이지, 강사 인물 정보 란에도 가짜 학위와 경력이 표기되어 있다.이에 대해 정씨는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가짜라는 것을 시인했다.다만, 스스로 이력을 위조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이력이 틀린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과는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자신의 저서들에 인쇄된 프로필은 출판사 탓으로 돌렸다.언론사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물 정보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내용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사와 출판사, 강의를 요청한 해당 기관은 본인에게 인물 정보를 받는다고 했다.정씨는 또 <시사저널>이 취재에 들어가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자신의 프로필 변경을 요청했다.‘교육대학원 석사’를 ‘교육대학원 교육경영 수료’로 바꾸었다.정씨는 이를 극구 부인했다.네이버에 인물 정보 수정을 요청한 적도 없고 대리인에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다.누가 했는지 모른다고 할 뿐이다.네이버측에 확인해보니 정씨의 대리인이 수정을 요청했다는 답변을 해왔다.
정씨는 자신을 ‘가짜 학사, 가짜 석사’로 만든 탓을 사회로 돌렸다.자신은 ‘고졸이었다’고 말해왔지만 사회가 묵살했다는 것이다.“한국 사회는 포장이 중시되는 사회이다.공직 사회는 특히 더 한다.공공 기관에서 강의할 때는 해당 기관에서 내 학위를 더 과장했다”라고 말했다.
잘못 알려진 이력을 수정하지 않고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솔직히 내가 고칠 필요가 없었다.그동안 좋지 않은 학력 때문에 많이 괴로웠고 힘들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정씨는 또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돈 주고 사라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말을 회피했다.다만 “대한민국의 50~60대 중에 거짓말 안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라며 답변을 대신했다.정씨의 학력 위조와 관련한 핵심 사안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방송통신대 졸업
정덕희씨는 방송통신대와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강조했다.자신에게 방송통신대 꼬리표가 붙은 것은 1997년 00일보 기자가 자신을 취재하면서 임의로 방송통신대라고 표기한 것이 이력서에 들게 된 이유라고 해명했다.
<시사저널>은 정씨가 말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언론재단에서 기사 검색을 해보았다.1997년 4월3일자에서 정씨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정씨가 말한 ‘방송통신대 이력’이 생긴 이유와는 차이가 있었다.이 기사에서도 정씨의 최종학력은 ‘동국대 교육대학원 졸업’이었다.경력에도 ‘경인전문대(현 경인여대) 겸임교수’가 들어 있었다.정씨의 말에 앞뒤가 맞지 않았다.
■동국대 교육대학원 교육경영학과 졸업(석사)
정덕희씨는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이 아닌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동국대에서 보내온 학위검증 자료에는 1990년대 초반에 교육대학원 교육경영 연구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씨는 자신의 프로필에서 ‘연구 과정’은 생략한 채 ‘교육대학원 졸업’이나 ‘석사’로 표기했다.정씨가 교육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알려진 이유이다.연구 과정은 학위와는 무관하다.각 대학에서는 대학원에 설치된 ‘교양 강좌’쯤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씨는 “내 입으로 한 번도 석사 출신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연구 과정을 이수했다고 밝혀왔다”라고 강조했다.
■경인여대 교수 경력
정씨의 경력에 빠지지 않는 것이 ‘경인여대 교수’이다.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경인여대측은 정씨가 1995년도 교양과정에 시간강사로 활동한 적은 있었으나 교수로 임용한 사실은 없다고 확인했다.
정식으로 교수 임용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초빙·객원·겸임 등에도 임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정씨는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나는 교수로 알고 활동했다”라고 해명했다.그녀는 또 “학교에서 임용장은 받지 않았지만 상장은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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