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만에 다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초대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이 8.15를 전후해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개최 합의발표는 전혀 예상밖의 일은 아니지만, 관측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은 그간 정상회담 개최에 남다른 공을 들여왔다.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가 지난 3월 방북한 데 이어
김혁규(金爀珪) 의원이 지난 5월 열린우리당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왔고,
이화영 의원 등 친노그룹 의원들은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를 간헐적으로 흘리면서 군불을 때왔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도 8.15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따라서 한나라당의 독주에 밀려 수세에 놓였던 진보.개혁진영은 차기 정부에서 2차 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봄직하다.
신대북정책까지 내놓으면서 정책적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여전히 보수진영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다가 주도권을 범여권에 내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결국 2차 정상회담에서 나오게 될 남북간 합의내용이 대선국면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17대 대선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치게 될 사안이 될 것인 지, 열흘 남짓 남은 한나라당 후보경선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 것인 지 등에 대해서는 평가가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범여권 인사들은 남북정상회담과 대선을 직접 연계시켜 해석해서는 안된다면서도 간접적으로 유권자의 의식변화를 촉발하면서 한나라당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을 내놓은 반면, 한나라당은 대선용 기획 정상회담이라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처음 열리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 자체로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보다는 유권자들이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 양국 정부의 불일치가 얼마나 큰 손실인 지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남북평화 기조를 이어갈 정권이 탄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정치적 판단의 변화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신당
임종석 의원은 "대선을 생각했다면 더 일찍 정상회담을 했어야 했고, 대선이 임박한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정상회담 정례화, 평화구상, 경제공동체 등의 문제가 논의된다면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내용이 없다면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민들이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 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선에 큰 변수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북한의 여러가지 계산, 노무현 정권의 대선 활용 의도가 맞아떨어져 국민이 원하는 어젠다와 동떨어진 것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며 차기 정부로 정상회담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정상회담 주제가 뭔지는 모르지만,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를 갖고 해선 안된다"며 "한나라당 후보경선을 앞두고 어쨌든 민족의 큰 관심사가 벌어지는 것이고 이런저런 이벤트가 열리면 한나라당 경선 자체가 국민의 경선에서 이탈하면서 현재의 판세가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관측은 한나라당 경선 자체가 정상회담이라는 민족적 이벤트에 묻히면서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두 후보간 대결이 정책대결이나 검증공방보다는 조직력 싸움의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으로 상당수 선거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과 대선정국의 관계를 바라보는 북한문제 전문가와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과 예측도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현재 남북관계 이슈 자체를 특정 대선주자가 장악한 게 아니기 때문에 차기 대선주자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참여정부와 평화민주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는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대선 흐름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한나라당 경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경선 차제가 정상회담 이슈에 묻히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득실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컨설팅 업체인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정상회담 이슈 자체는 범여권에 호재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그동안 범여권에 정치적 호재가 거의 없었고, 친노다 비노다 해서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라는 이슈를 통해 범여권 주자들이 정치적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한반도 정책을 평화모드로 전환할 것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연말까지 한반도 평화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북측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남측 정세가 대선국면이고 한나라당 대세론으로 흐르고 있는상황에서 대북정책에 있어서 강경일변도와 상호주의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북한 정부내에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또 "남측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 하는 문제는 북한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연초 북한이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3개 신문의 신년공동사설(신년사)에서 반보수대연합을 주장했는데 이번 정상회담도 반보수대연합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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