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니 엄마가 제게 물어보시더군요. "너한테 이상한 전화 오지 않았냐구?" 제가 왜 그러시냐니깐 저를 포함한 동생들(모두 사회 생활을 해서 고향을 떠나 있거든요)을 잘 아는거 같은데 누구 친구라고 확실히 이야기는 하지 않고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병원 입원비를 대신 내줬는데 입금해달라고 했다거군요. 제가 일년에 한번 정도 병원에 가는 일이 있어서(신장 결석이 작년부터 생겨서요) 진료를 받으러 가지만 입원은 하지 않거든요. 물론 부모님한테 저 병원 가는 거 이야기 다하고 진료 끝나면 전화도 드리는데 진료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스팸 전화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저에게도 가끔 이상한 번호(제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저는 받지도 않구 그냥 끝거나 혹시 저를 아는 분일까봐 살며시 기다렸다가 ARS 음성이 나오면 바로 끝어버린답니다.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예전과 달리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려도 바로 받지 않고 기다리는 거 같습니다. 누가 전화를 했는지 확인도 하고 예전처럼 광고성이나 스팸성 전화가 060 같은 그런 번호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분명 01* 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번호인데 한 두 번 울리다 끊기는 스팸전화가 요즘들어 부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해서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대출 안내 등 스팸성 멘트가 나오기 대다수입니다. 벨이 한두 번 울린 후 뚝 끊어지는 스팸전화를 '원링(one-ring)'이라고 합니다. <아래 사이트가 스팸 번호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이런 스팸성 사기전화가 극성이 되자 정부가 드디어 원링 퇴치를 위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정보통신부는 20일 '원링'의 경우 단 1회 적발되더라고 해당번호 이용서비스 계약을 해지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지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통부는 또 외국인, 관광객 등을 위해 마련한 선불식 휴대전화(선불폰)가 '대포폰'으로 사기에 자주 이용되자 이에 대한 관리ㆍ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이런 징후는 오래전에 나왔는데 이제야 나서는 것은 뒷북치는 행정 같습니다.
알다시피 선불폰은 2만~3만원 정도를 미리 내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제도로서 당초 외국인, 관광객 등 단기 사용자를 상대로 한 요금제의 한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기본요금이 없고 등록ㆍ해지 절차가 간편해 오히려 내국인들이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즉 대포폰 같이) 늘고 있습니다. 정통부는 이달부터 신규 선불폰 가입자에 대한 착신 전환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는군요.
특히 선불폰의 전화번호는 물론 일반 이동전화번호를 회신번호로 이용해 스팸을 발송한 경우에는 단 1회 적발되더라도 해당번호 이용서비스 계약을 해지토록 했다는데 스패머로 등록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정보로 재가입하면 이 방법도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정통부는 또한 연내에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통신사간에 스패머의 신상 정보를 공유토록 법적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원링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 수위를 과태료 중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벌로 강화하고, 스팸위탁자(광고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오래전에 스팸 전화(사기전화)의 피해가 나타난 시기부터 적용을 해야 하는데 이제서야 처벌이나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봐야 스패머들은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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