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건 만화건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등장하면 왠지 즐겁습니다. 혼자 자취하는지라 가끔 어떤 음식이 땡기는 날이면 검색해서 블로거들이 올려놓은 글과 사진을 통해 대신 만족하기도 하고 각종 요리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블로거들이 올려놓은 사진이나 레시피, 혹은 드라마를 통해서 눈은 물론이고 심지어 느껴지지 않지만 상상 속에서는 그 음식의 냄새까지 맡으면서 만족한 적도 있네요. 특히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서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이 먹고 싶을 땐 사진 속의 음식사진만으로 만족하던 적이 많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몇 컷의 사진만으로도 단박에 관심을 가지게 했던 것이 바로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이네요. 얼핏 캐스팅 정보에 '오다기리 조'도 들어있는 것을 보았던 터라 망설임 없이 보게 된 것인데 10편이라는 짧은 방송분만 남기고 끝나버렸습니다. 한 회 당 시간도 길지 않아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랍니다.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귀가길을 서두를 때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메뉴는 이것뿐. 나머지는 마음대로 주문해서 가능하다면 만들어 주는 게 나의 영업방침이지.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정도까지. 사람들은 심야식당 이라고 한다. 손님이 오냐고? 그게 꽤 온다구"
다른 곳은 하나 둘 사람들이 빠져 한적해질 시간, 또 다른 어느 곳은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간판 불빛과 그 불빛아래를 휘청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무리들 속에서 조용하게 영업준비를 하는 심야식당의 마스터. 드라마 오프닝 곡이 비내리는 늦은 밤의 기분처럼 마음을 가라앉게 만드는 거 같네요.
무엇보다 말없이 배려하는 마스터가 있는 심야식당과 딱 어울린단 느낌과 한 개의 에피소드마다 요리와 얽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등장하는 구조라서 어렵지 않게 극에 동화가 되버리네요.
9화에서 나온 벌린 전갱이구이 요리를 보면서 가끔 고향 집에 내려가면 어머니가 해주던 고등어(혹은 꽁치)구이가 생각나네요. 고향이 안동이라서 어릴때부터 자반고등어를 자주 먹었고 요즘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연탄불에 구워진 고등어 한 토막을 앞에 두고 먹던 기억이 나네요.
특별히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슬쩍 툭툭 건드리는 정도는 되어서 볼만한 일본드라마였습니다. 한 회당 시간이 짧아서 거창한 스토리 전개가 어려웠지만, 반면 그래서 쉽게 볼 수 있었기도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단연 말 없이 묵묵히 요리를 만들어주던 마스터!!
무뚝뚝할 것 같으면서도 찾아오는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 준 인물이고 왠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라 정말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다면 늦은 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찾아갈만한 단골식당이 될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마스터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네요.
메뉴에 없어도 가능하면 뭐든지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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