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된 "선덕여왕"을 보면 그동안 특정인에게만 주어진 권리, 즉 신권을 특정인이 점유하는 것이 아닌 백성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은 정치와 종교가 일치된 제정시대를 벗어나 정치와 종교를 분리할려는 덕만공주의 정치적 시도가 엿보였습니다.
종교와 정치가 일치된 시절(제정시대)에는 종교적 지도자의 역할이나 권력이 컸으나 이후 제정분리가 되면서 백성들이 우러러보던 종교지도자(신관,제사장 등)들이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이후에는 예전보다 권력을 지닐 수 없었습니다. 선덕여왕에서도 신권을 내려 놓으려는 덕만공주와 논쟁하는 미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미실과 덕만공주가 서로 바라보는 방향은 다릅니다. 미실은 백성들에게 환상을 심어주어 그것을 권력의 토대로 삼으려고 하는 반면에 덕만공주는 백성들에게 희망을 줘서 그로 인해 진실을 권력 토대의 기반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다만 자신의 논리에 확신하는 미실에 비해서 덕만은 자신의 논리에 확신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해지지 않은 덕만공주에게 미실이 던지는 질문으로 인해서 그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죽,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모르던 덕만공주에게 미실이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는 거 같습니다.
극중에서 서로 대립하는 덕만공주와 미실은 경쟁자의 입장은 물론이고 덕만공주가 미실을 정치적 멘토, 혹은 반면교사(反面敎師-나쁜 면만을 알려주는 선생이라는 뜻)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거 같습니다. 즉, 덕만공주는 미실이 지니는 부정적인 면을 보고 그것을 거울삼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려주는 거라 보면 될 겁니다.
그 외에도 미실은 알게 모르게 덕만공주에게 정도(政道-정치의 길)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당시 피지배 계층인 백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백성들을 위해 어떤 정치를 펼쳐야 되는지 물어보게 됩니다. 물론 덕만공주가 답은 미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반대이지만 덕만공주가 적이던 미실에게서 알게 모르게 가르침을 받게 되는거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즉, 미실이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왕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닌 미실과 새로운 정치로 왕위를 이으려는 덕만공주의 대립구도는 날이 갈수록 재미가 있습니다. 3대에 걸쳐서 왕을 좌지우지하는 미실을 이제 공주라는 위치를 인정받은 미숙한 덕만공주가 위협하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성에게 환상을 주어 권력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미실, 희망을 주어 권력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덕만공주의 모습을 보면 요즘 정치와 비슷한 거 같습니다. 어쩌면 정치는 백성에게 환상과 희망을 주어 그것을 자신들의 영위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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