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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밤을 지새운 날

혼자만의 잡담

by 곰탱이루인 2009. 7. 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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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을 사랑을 원한다. 
모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 외모가 변하게 되면 더 사랑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 마음이 변하게 되면 더 사랑하지 않게 된다.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 능력이 쇠하게 되면 더 사랑하지 않게 된다.
흔히 부모의 사랑을 완전한 사랑의 예로 들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도 '나의 아이, 나의 자식,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조건이 없는 사랑이어야 한다거나, 맹목적이지 않은 사랑이어야 한다거나, 무엇이 사랑이 아닌 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무엇이 사랑인 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오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랑이 아닌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오해가 생기기 쉬운 부분을 부정해서 그게 정말로 어떤 것인지 짐작하도록 돕는 과정인 것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은 어쩌면 '사랑의 이유는 사랑 뿐이다(어느 조건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면 좋아하게 된 조건이 변화된다면 그 감정 역시 변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로 인해 형성된 호감을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긍정,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사랑의 단계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라고, 이제 와서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 잠시 읽다가 그만 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며칠 전에 다시 잡고 읽었는데 여전히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이 사랑이고 사랑이 아닌 지 생각하면서 망설이고만 있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망이나 집착을 인식하고 경계하지 않는다면 사랑하고 싶었을 터인 사람을 상처입히게 되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상대의 힘이 되려 노력하며 자신이 저지르는 실수와 불완전함에 대해 억지로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용서할 수 있게 된다면, 삶과 사람을 정말로 사랑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하루 밤을 책을 읽으면서 지새웠고 그로 인해서 한 사람의 모습이 생각나는 새벽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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